날씨가 너무 추워졌다는 좋은 핑계로 14일이나 달리기를 쉬었다. 물론 날씨가 정말 추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달리기만의 매력 덕분인지 다시 또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뛰려니까 스트레칭을 더 신경 써서 해주었다. 몸이 달리기에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달리기 전후로 스트레칭을 잘해주고 운동량도 서서히 올리는 등 몸 상태를 보며 조절이 필요하다. 갑자기 강한 강도로 달리기를 하면 부상당하기 쉽다. 이렇게 운동량을 조절하다 보면 점점 몸이 달리기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이른 아침은 깜깜하고 너무 추워서 오후에 뛰어 보았다. 나는 항상 집 옆에 냇가를 달리는데 겨울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요새는 밤이 정말 길다. 7시가 넘어야 해가 뜨고 오후 5시면 해가 진다. 이제 동지가 지났으니 점점 낮에 길어질 것이다. 점점 일찍 해가 뜰 테니 다시 일어나자마자 달리기를 하러 가도 괜찮을 듯싶다.

오랜만에 달리는 거라 페이스를 많이 늦췄다. 그전에도 그렇게 빠르게는 못 뛰었지만 1km당 평균 5분 삼십 초 정도로 뛰었었는데 일분이나 늦춰서 6분 삼십 초 페이스로 뛰었다. 더 천천히 뛰니까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정말 기분 좋게 뛸 수가 있었다. 언젠가 본 달리기 관련 유튜브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더 멀리 더 오래 달리려면 더 천천히 뛰어야 한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더 멀리 더 오래 지치지 않고 나아가려면 더 천천히 뛰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꿈과 목표를 세우면 조급해진다. 목표를 세웠으니 열심히 나를 채찍질해서 빨리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지치면 내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고 내가 나약해서 그렇다고 자책하기 쉽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 천천히 나를 다독이면서 나아간다면 빨리 지치거나 자책하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 천천히 뛰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듯이 인생에 있어서도 목표를 향한 맹목적인 돌진보다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나와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나는 줄곧 내 의자가 약하다고 생각해왔다.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무엇하나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없다. 변화는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름드리나무도 새싹부터 자라났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여유와 격려 같다. 인생은 선착순이 아니다.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달려가고 싶다. 그래야 더 꾸준히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나를 응원하면서 인생을 살고 싶다.

요새 냇물에 새가 정말 많다. 특히 백로는 아침에 나가보면 스무 마리도 넘게 모여있다. 그전에도 몇 마리 있었지만 겨울에는 왜 다 같이 모여있는지 모르겠다. 도시 하천에 사는 새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대충 왔다 갔다 하면서 본 종류만 하더라도 왜가리, 해오라기, 백로,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가 있고 오늘은 논병아리와 비오리도 봤다. 냇물에 사는 생물종들을 조사해보고 싶다. 도시 하천 생태계가 어떻게 순환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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