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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독일 유학생활

독일 호엔하임 대학에 입학하다

by Run Chan Run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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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하니 어색하다. 작년 이맘때쯤 블로그 쓰기를 시작해 보겠다고 나섰는데 어느새 일 년이 지나버렸다. 어디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려나...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지금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호엔하임 대학에 입학해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혀 왔던 TestDaF 4X4가 기적처럼 나왔고 지원기간 마감이 되기 직전에 Zulassung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매우 급하게 독일로 왔다. 그 당시 아직 기숙사도 정해지지 않았고 입학 절차도 안 끝났는데 정말 Zulassung 하나 들고 도망치듯이 독일로 날아왔다.

 

호엔하임 대학 농학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과정은 Agrarwissenschaften 학사 과정이다.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가고 싶었던 대학, 가고 싶었던 학과에 잘 왔다. 꿈에 그리던 독일 유학생활의 시작이었지만 독일어로 듣는 강의는 역시나 쉽지 않았다. 농학과의 첫 학기 강의들은 식물학, 가축 해부학, 토양학, 화학, 물리학, 수학이다. 기본적인 자연과학 내용들이지만 나는 독문학과를 졸업하기도 했고, 수학이나 자연과학 공부는 안 한 지 7년도 더 됐기에 쉽지가 않다. 그리고 독일어 단어량이 적은 나로서는 매 수업에 모르는 단어가 정말 너무 많다. 첫 주 강의를 듣고 나서는 내가 과연 이걸 잘 듣고 졸업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해서 울고 싶은 지경이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뭐 들리면 들리는 대로 안 들리면 안 들리는 대로 꾸역꾸역 공부하고 있다. 그래도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알아가고 있다는 데 의의를 두려고 한다. 약간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특히 가축 해부학, 식물학, 토양학은 학술용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따라가기 더 힘들다. 해부학 용어나 생물종에 관련된 단어들은 한국어로도 모르는 단어들이 많다. 심지어는 독한사전에 찾아도 뜻이 나오지 않는 단어들도 있는데 그럴 땐 정말 힘들다. 그래서 독일어로 강의를 듣고, 단어를 찾고, 아예 모르는 단어거나 한국어 뜻이 안 나오면 인터넷을 뒤져서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시간이 몇 배로 든다. 강의를 따라가려면 매일 도서관에서 살아야 한다. 근데 또 사람이 사람인지라 주야장천 공부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가끔 놀거나 쉬면 여지없이 할 게 쌓인다. 하...

 

  그래도 수학이나 화학, 물리학은 그나마 나은 게 배우는 개념들이 인터넷에 워낙 잘 정리 되어 있다. 다만 내가 모르는 개념 들일뿐... 웃긴 건 원래 수학이 제일 막막하고 싫었는데 지금은 수학이 그나마 낫다. 일단 숫자라는 만국 공용어를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교수님이 알려준 데로 해서 문제가 풀리면 그렇게 명쾌할 수가 없다. 

 

대학 캠퍼스와 생활

 

  학교 캠퍼스는 슈투트가르트 시내에서 40분정도 떨어져 있어서 여유로운 시골 분위기다. 대학 주변에 음식점도 몇 개 없고, 일반적인 주택가가 대부분이다. 호엔하임 성 주변에는 밭과 넓은 공원이 있다. 내 기숙사에서 제일 가까운 슈퍼마켓은 10분 정도 떨어져 있고, 그다음 가까운 슈퍼마켓은 20분을 걸어야 한다. 덕분에 여기 와서 정말 많이 걷고 있다. 어디를 가려면 기본 20분은 잡고 간다. 호엔하임 대학의 캠퍼스는 호엔하임 성과 다른 강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숙사는 캠퍼스 주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기숙사 건물들은 다 가보진 않았지만 대부분 좀 낡았다. Egilofstraße 41-45는 지은 지 얼마 안돼서 엄청 깔끔하다. 나는 지금 Schwerzstraße라고 가장 낡았다고 소문난 곳에 살고 있다.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아서 나는 만족한다.

 

끝나지 않는 Corona-Pandemie

 

  지금 독일은 코로나가 엄청 심하다. 하루 확진자가 7만명을 훌쩍 넘기는 날도 많다. 호엔하임 대학은 아직까지 대면 수업을 하는 강의가 있지만, 이미 전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는 대학들도 있다. 코로나 덕분에 슈투트가르트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취소됐다. 안 그래도 크리스마스 방학 때 독일 친구들은 다 집에 가서 캠퍼스가 휑 할 텐데 여러모로 쓸쓸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 밀린 공부나 해야지.

 

독일 겨울 날씨는 구리지만 간혹가다 좋은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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