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내 생각을 정리해 놓고 싶었고 삶의 경험들을 기록해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했다. 스스로 글을 잘 못 쓴다고 느꼈고 그런 글을 써봐야 뭐하냐고 생각했다. 시작도 하지 않고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이다. 작가도 책을 쓸 때 첫 줄부터 썼을 테고 누군가의 블로그도 첫 포스팅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생각만 많은 사람이다. 뭘 해야겠다 생각해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좀 더 찾아봐야하지 않나, 좀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들 때문에 쉽사리 행동하지 못한다. 이 티스토리 블로그도 글을 써서 남기고 싶다고 만들어 놓고 한참 동안이나 내버려 두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 마음먹은 건 유튜브에서 '습관의 디테일'이란 책 소개 영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생산적인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다음과 같이 하라고 조언한다.
1. 일상적인 행동 뒤에 새로운 습관을 잇는다.
2.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작게 행동을 시작한다.
3. 즉시 축하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매일 하고 있는 행동 뒤에 내가 만들고 싶은 습관을 이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일종의 패턴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책의 저자는 화장실을 갔다가 나오면 팔 굽혀 펴기를 3번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화장실 갈 때마다 운동을 하게 된다. "꾸준히 운동해서 멋진 몸매를 만들기"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금세 흐지부지 되는 것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팔 굽혀 펴기를 하고 나면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즉시 나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잘했어라고 말한다던가 주먹을 불끈 쥐는 등 스스로를 축하하는 제스처를 하는 것이다. 작게라도 축하를 하면 뇌에서 보상회로가 활성화돼서 더 잘 인식한다고 한다.
영상을 보고나서 나는 바로 내가 만들고 싶은 습관들을 적어 보았다. 운동하기, 일찍 일어나기, 독일어 공부하기, 책 읽기, 글쓰기. 그다음에는 내가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적었다.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침대에 눕기, 의자에 앉기, 양치하기. 이제 일상적인 행동에 내가 만들고 싶은 습관을 이었다. 물론 아주 쉽게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정했다.
물 마시면 책 한 페이지 읽기
침대에 누우면 레그레이즈 3회
화장실에 갔다오면 팔 굽혀 펴기 3회
노트북을 키면 글 두 문장 쓰기
밥 먹고 양치를 하면 독일어 책 25분 풀기
:
금방 여러가지 습관들이 생겨났다. 좀 과한가 싶을 정도이다. 정한 습관들을 잘 기억하기 위해 침대 머리맡이나 방문에 포스트잇으로 적어놨다. 지금 이 글도 '노트북을 켜면 글 두 문장 쓰기'를 지키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두 문장이면 되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아마 매일 이만큼 쓰지는 않을 듯싶다. 내가 이 습관을 잘 유지한다면 이 블로그에 글이 꾸준히 쓰일 것이다. 이 글을 올리고 나면 즉시 나를 축하해 줄 것이다. 내가 정한 보상 방식은 내 어깨나 가슴팍을 툭툭 치며 잘했어 라고 말하는 것이다. 좀 오글거리긴 한다.
책 '습관의 디테일'을 소개한 유튜브 링크를 걸어둔다. 책그림이라는 유튜브 채널인데 이 책 말고도 여러 분야의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는 유튜브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온 기찻길 (3) | 2023.01.20 |
---|---|
고해 (0) | 2022.01.16 |
해 뜨는 하늘이 참 이뻤다고 (1) | 2022.01.04 |
[시 쓰기] 외로움과 나 (3) | 2020.12.30 |
댓글